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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둡고 깊은 눈

 

김정욱전, 갤러리 스케이프, 2013·1·18

"인간의 얼굴에서 눈은 감정을 드러내는, 감출 수 없는 치명적 부위다.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보이는 눈, 그래서 너무 많은 시간과 그 시간의 양만큼 눌린 기억과 상처를 간직한 눈을 본다는 것은 좀 슬픈 일이다. 얼굴이 아니라 눈이 결국 내면이랄까, 마음과 정신, 굴곡 심한 사연과 주름 잡힌 상처의 결들을 찰나적으로 보여주다 멈춰있다. 보는 이들은 그 눈에서 눈을 뗄 수 없다. 강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보는 이를 마냥 빨아들일 것도 같다. 그것은 깊고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구멍이다. 자궁 같은 눈, 텅 빈 구멍 같은 눈이다. 바라보는 자는 시선이고, 바라보여지는 자는 눈이다. 이 그림 앞에서 나는 부득불 눈이 된다. 하나의 대상으로 자꾸 얼어붙는다. 그러나 나를 그윽하게 굽어보는 저 눈, 하늘에 떠있는 별이 있어 고독하지 않다. 머리에 떠 있는 별을 보아야 하는 시간이다. 겨울의 깊고 추운 밤이 무척이나 긴 나날이다."

 

원문: http://news.khan.co.kr/kh_news/khan_art_view.html?artid=201301112121085&code=990100